精氣神血 과 인체 구조 발생론
요즘 <<새롭게 눈뜨는 한의학>>을 정독 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느끼는 바가 많다.
( <<새롭게 눈뜨는 한의학>>
본 책은 토지당 한의원 원장 선생님의 대전대 생리학 강의 녹취록이다. )
10년 전 쯤 신입생 때는 ‘도대체 이게 다 뭔 소린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대부분이었고 재미도 없어서 몇 장 읽다 던져버렸던 책이다. 그런데 이젠 정말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물론 그 뜻을 제대로 이해했느냐고 묻는다면....
각설하고,
精氣神血이란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바, 인간을 구성하는 4대 기본 요소이다. 인체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물질 精, 精이 변화해서 만들어진 氣, 氣를 裁斷하여 인간의 특징을 만드는 神, 그리고 인간을 완성하는 血 이렇게 해서 4대 구성 요소가 된다.
( 사진. <<동의보감>>. 인간의 4대 구성요소 = 精 氣 神 血을 맨 첫머리에 독립적으로 명시하고 상세하게 정리한 대표적인 서적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중국에서도 수천년 동안 못해낸 작업을 우리 조상들이 해냈다. 그것도 한 개인의 천재적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적 사업으로 (국책사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래도 창의성이 떨어지기 쉽다) 그리고 집단 지성의 형식으로 해낸 것이다!! )
우주 자연의 모든 만물은 속에 빛을 갖고 있어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다. 만물이 모두 색을 내는 것은 속에 精과 氣가 있기 때문이다. 精 과 氣는 인간과 같은 고등생물 뿐만 아니라 돌덩이 흙덩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 사람 뿐만 아니라, 개 돼지 소 말, 소나무에서 돌덩이 흙덩이까지 색깔이 있는 모든 것은 속에 精氣를 갖고 있어서 색깔이 난다. )
神은 精과 氣 라는 기본 재료를 바탕으로 인간의 형태를 만들 것인가, 개나 동물의 형태를 만들 것인가, 식물을 만들 것인가, 흙이나 돌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소로 4대 요소 중 가장 神靈스럽고 정신적, 영적인 요소이다. 현대 과학에서 말하자면 게놈Genom 유전자 정보가 그나마 神에 가장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精과 氣와 神이 만나서 생명의 상징 血을 만든다.
이상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정기신혈의 대략적인 작용 모습이다. 이 4대 요소가 결합하여 인간을 만들며, 따라서 인간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정기신혈을 빼 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의보감>>이 정리한 4 대 요소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써 먹을 것인가에 대해 선배 의사들은 수 천 년 동안 다양한 설명과 의견을 제시해 왔다. <<새롭게 눈뜨는 한의학>>(이하 새눈한)은 河圖, 洛書, 伏羲八卦, 文王八卦를 들어 精, 氣, 神, 血을 설명하고 있다. 하도 낙서 복희팔괘 문왕팔괘는 우주 변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동양의 가장 고전적이고 또한 가장 유명한 해석 도구(tool) 이다. <<새눈한>> 에서는 精은 곧 하도의 원리를 따르고, 氣는 곧 낙서의 원리를 따르며, 神은 곧 복희팔괘, 血은 곧 문왕팔괘를 따라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내경>>에서 말하기를 ‘五臟六腑는 精을 만들고 저장하고 주관한다.‘라고 하였는 바 오장육부에서 저장된 精은 인간 구성의 가장 기초적인 물질이다. 하도의 그림에서 보듯, 하도 곧 精은 陰數 2 4 6 8 10 과 陽數 1 3 5 7 9 가 아직 분화되지 않고 서로 결합되어 있는 안정된 상태이며 따라서 외형적으로 둥근 모양을 만든다.
곧, 우리 사람의 둥근 머리는 精을 상징하고, 하도의 원리를 상징하며, 精이 저장되는 곳이며, 오장육부가 바깥으로 드러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精이 둥근 모양을 나타나게 되는 이야기는 앞서 포스팅 ... 에서도 간단하게 밝힌 바 있다.
( 하도. 그림처럼 陰數 2 4 6 8 10 과 陽數 1 3 5 7 9 는 서로 결합되어 있다. )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는 ‘둥근 머리’가 精이라는 것, 곧 머리란 인체가 발달, 형성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고향 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머리는 눈 입 외에는 스스로 움직이는 기관이 없으며 가동 관절도 턱관절과 작은 관절 몇 개 외에는 없는 곳이다. 곧 ‘둥근 모양 = 하도 = 精 = 움직이지 않음’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 하면, 이와 같은 ‘머리’의 생리적 특징은 바로 ‘몸’의 생리적 특징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머리와는 달리 몸은 많은 관절이 있고, 넓은 가동범위와 다채로운 움직임이 있으며, 그 모양이 네모지다. 곧 기능적으로 몸은 머리와 반대되는 의미로 이해 할 수 있다.
둥근 머리와 네모진 몸. 인간의 몸에서, 머리와 몸의 구조와 기능은 서로 매우 다르다. 왜? 그 모양이 다르기 때문!! 바로 이것이 하도 와 낙서이다.
머리 | 둥글다 | 관절이적다 | 움직임이적다 | 가동범위가좁다 |
몸 | 네모지다 | 관절이많다 | 움직임이많다 | 가동범위가넓다 |
머리만 있는 상태에서, 몸이 튀어 나오게 되는 원리가 바로 ‘낙서’의 원리 이다.
(낙서. 陰數와 陽數가 분리되기 시작한다.)
<<새눈한>>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동양 고전에서는 낙서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陰數와 陽數가 분리되어, 陰數 2 4 6 8은 네 偶(모서리)를 차지하고, 陽數 1 3 7 9는 네 方(가장자리, 테두리)를 차지한다고 하였다. 또한 陰數는 裏, 곧 속이 되고, 陽數는 表, 곧 바깥이 된다고 하였다.
( 낙서 와 네모와 表裏. 둥근 원 안의 부분이 裏-모서리- 가 되는 陰數 들이다. )
낙서의 表裏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의 관절, 가장 대표적인 부위로 손가락 관절을 한번 보자. 손을 쥐어 보자.
손을 쥐면 손가락이 어떤 모양을 만드는가. 바로 네모를 만든다. 모서리 부분, 가장자리 부분 해서.
이 때 모서리 부분에 속하는 게 손가락에서는 바로 관절 부위이다. 관절은 裏 陰數 2 4 6 8 에 속한다. 가장자리에 속하는 건 손가락 마디 부위이다. 表 陽數 1 3 7 9 라 할 수 있다.
손을 한번 펴 보자.
모서리이자 陰數이자 裏 인 관절 부분은 속으로 숨어들어가 버린다. 주먹을 쥐고 있을 땐 90도로 각져서 구분 가능하던 모서리가 속으로 사라져 버리며, 表인 마디만 남게 된다.
나는 추론하는 바, 이 때문에 2 4 6 8 부분을 이름지어 裏, 곧 속이라고 한 것이다.
하도는 처음에 精만 있던 시절, 둥근 모양 밖에 없었던 때를 말한다. 낙서는 관절과 마디를 나누어 네모꼴이 된 상태를 말한다. 곧, 인체 발생의 1단계는 둥근 모양 精 이며, 둥근 모양 精이 마디와 관절이 될 부분으로 예정되어 네모진 모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인체 발생의 2단계인 네모 모양 곧 氣(낙서) 인 것이다. 모양 없이 재료만 있는 상황이 1 단계 精(하도), 재료가 손가락을 오무린 모양으로 뭉쳐서 네모꼴을 이루게 되는 게 2 단계 氣(낙서) 라는 이야기이다.
그럼 인체 발생 3단계인 神 은 무엇을 뜻하는가.
낙서는 네모꼴, 네 모서리와 네 가장자리가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1 2 3 4 6 7 8 9 의 여덟 부위로 나누어지게 된다.
이 낙서의 모양을 주먹을 쥔 손이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손가락을 펼 수 있는 이유는 손 끝 부분이 손바닥과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神은 바로 여기에 작용한다.
(저 손이 발생 처음에는 지금처럼 아래 방향으로 끊어진 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걸 잘라서 움직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神 )
곧 낙서의 8개의 부위 중에서 특정 한 부위를 잘라서 형체가 손가락 펴듯이 주욱 펴질 수 있게 해 주는 게 바로 神 인 것이다. 낙서에는 8 부위가 있으므로 잘라 낼 수 있는 종류도 당연히 8 종류가 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건(乾: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
)팔괘에 대응한다. 그래서 복희팔괘가 8종류가 있다.
( 어느 연결을 자를 것인가. 엿장수 조물주의 마음! )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등생물인 인간이나 동식물이나 흙 바위 등 모든 우주 만물은 모두 精과 氣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精과 氣의 단계에서는 서로 차이가 없다. 神의 단계에 들어와서야 8 종류의 분할법에 의거해서 특징의 분화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8종류, 한 단계 확장 하면 8*8=64 종류, 3단계로 확장되면 8*8*8 종류 이런 식으로 8의 제곱으로 수십 억 가지로 분류되며 여기서 인간과 동식물과 우주 만물의 설계가 서로 나뉘어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도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우주 만물을 주재하는 영적 존재의 손길이 들어갔다고도 말할 수 있는 영역이며, 따라서 이름하여 神 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계획을 짤 때 裁斷 이라는 한자어를 쓴다. 재단 곧 ‘옷감을 어떠한 용도로 쓸 것인가에 따라 자르는 역할‘이 바로 神의 역할이다.
자. 지금까지 인체 발생의 3 단계 神 에 의해서 인체가 펼쳐질 수 있게 끝 부분이 잘라졌다. 이제 손가락을 바로 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손가락을 펼 수 있게 마스터 플랜은 짜여진 상태이지만, 손가락을 직접적으로 펴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잡아 당겨주는 현실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우리 몸에서는 근육이 하며, <<동의보감>> 에서는 ‘근육[筋]은 곧 血’이라고 하였다.
인체 발생의 4 단계인 血 은 神에 의해 재단이 끝난 우리 몸이 실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요소이다.
( 문왕팔괘 )
( 문왕팔괘의 작용이 없으면 근육남도 없다.
물론 작용이 있어도 운동 안하는 사람에겐 없다.! )
정리하자면, 인체 발생의 1단계 精은 둥근 모양에 아무런 운동이 없는 단계이다. 2단계 氣는 이제 변화가 있기 위해서 움직일 부분과 유지될 부분이 분화되는 단계이다. 3단계 神은 2단계의 결과물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계획을 짜고 기초 설계를 하는 단계이다. 4단계 血은 3단계의 계획을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동력을 제공하는 단계이다.
이는 우리 몸의 구조와 서로 일치한다.
1단계: 精으로 가득 찬 둥근 머리는 움직임이 거의 없고,
2단계: 네모진 몸은 氣를 만드는 중간 단계이며,
3단계: 몸에서 손발이 튀어 나오게 하고 손발에 2개씩 마디를 만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설계 작용은 神이 하는 역할이고,
4단계: 손발을 완성하고 거기에 움직이는 힘을 주는 것은 血의 작용이다.
한의학적 인체 발생 구조와 정기신혈의 관계는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일침요법 에서는 <<동의보감>> <手足門>을 근거로 하여, ‘구부리는 작용이 안되면 骨에 문제가 있고 펴는 작용이 안되면 근육[筋]에 문제가 있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구부릴 때 통증이 있다면 사암침의 腎, 三焦類를 쓰고, 펼 때 문제가 있다면 肝, 心包類를 써서 치료하고 있다.
(구부릴 때 아프면 腎 아니면 三焦 )
(腎正格의 主穴인 太白에 자침한 모습. 사진의 파란 점선 원 )
( 무릎 펼 때 아프면 肝 또는 心包 )
( 肝正格의 主穴인 陰谷에 자침한 모습 )
일침요법의 이와 같은 치료 방법은 전술한 ‘精氣神血과 인체발생이론’과 서로 부합된다. 骨은 곧 精 이고 박찬국 교수님의 말씀처럼 精은 精化氣 하는 것이다. 곧 구부림의 영역은 精과 氣 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精을 다스리는 곳이 바로 腎臟이고, 氣를 다스리는 곳, 統調諸氣 하는 곳이 곧 三焦이다. 따라서 구부릴 때 아픈 환자는 腎政格으로 腎臟이 精을 잘 다스릴 수 있게 하고, 三焦正格으로 삼초가 氣를 잘 다스릴 수 있게 하면 구부림의 병이 낫는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펴는 것이 잘 안되는 병’, ‘펼 때 아픈 병’은 神과 血의 영역이다. 神을 다스리는 곳은 心臟 心包 이며, 血을 다스리는 곳은 肝 이다. 따라서 사암침의 심포, 간 정격류는 펴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암침을 쓰기 위해서도 精氣神血에 따른 形象 이론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구부리는 작동이 잘 안되는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형상은 精科(둥근꼴)나 氣科(정사각꼴)가 잘 나타날 것이다. 이때 둥근 사람이라면 腎, 네모진 사람이라면 三焦類의 침이 적합할 것이다. 펴는 작용이 잘 안되는 환자라면 神科(세모꼴) 血科(직사각형꼴)에 가까울 것이다. 세모꼴이면 심포류, 직사각형꼴이면 간정격류가 적합할 것이다.
土形. 精科. 항상 기본적으로 精이 부족하다.
정기신혈 중 제1번 단계인 精 에서 문제가 발생한 환자 -> 腎正格으로 補精
木形. 血科. 항상 기본적으로 血이 부족하다.
정기신혈 중 4단계인 血에 문제가 생긴 환자 -> 肝正格으로 治血
<<새롭게 눈뜨는 한의학>>.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 보라고 한다면 나는 감히 이 ‘精氣神血과 하도낙서론’을 꼽겠다. 이에 그 동안 생각한 바를 간단하게 한 번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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