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중국 의학이 가장 발달했던 두 시기 : 의학과 유학의 접점 공부일기工夫日記


고대, 정확히 말하자면 수당대 이후 
중국의학사에서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시기를 살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당나라 멸망 이후 중국의학사에서 기존 해석보다 심오하고 통찰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새로운 의학적 해설 및 치료술이 나온 대표적인 시기를 꼽자면 다음 두 시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금원사대가 로 대표되는 금-원 지배기 ( 약 100년 )

2. 온병학파 로 대표되는 청나라 중기-말기 ( 약 100년 )


물론 이 두 시기 외에는 발전이 없었느냐.. 그건 아니죠. 특히 명나라때는 <의학입문> 과 <본초강목> 을 빼놓자면 섭섭하겠죠.
그렇지만 위의 두 시기는 다른 시기와는 달리, 마치 별이 여럿 모여 빛나는 것 처럼 중원 각지에서 특색 있는 의학자들이 대거 출몰한 시기였습니다.


공통점이 뭘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이민족이 지배하던 시기' 란 뜻입니다.




그러면 이민족이 의학을 가르쳐 줬나? 그건 아닙니다.
이 시기 의학의 발전을 주도하던 계층은 전부 유학을 배운 한족 선비 계층이었습니다.

일전에 포스팅한 바와 같이 만약 우리나라의 허준선생님이 만약 서자가 아니라 당당한 적자 출신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출사니 입신공명이니 뭐니 해서 정치에 투신 했겠죠? 만약 그랬다면 후대에 과연 뭐가 남았을까요?
동의보감 같은 저작은 남아 있지 않을 확률이 클 것 입니다. 당시엔 일개 중인 의원 따위 우습게 보던 판서니 정승이니 하던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이제 아무도 모르지만, 후대에 이르러서는 훨씬 유명한 게 허준선생님이죠.

금원사대가, 청나라 온병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학을 정통으로 전공했지만 이민족 정권 하에서 벼슬자리를 전혀 할 수가 없었죠.

금원사대가는 그나마 그럭저럭 먹고 사셧던 (..) 모양이나, 일부 청나라 온병학자 분들의 스토리는 들어보면 정말 안구에 습기가 마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빌어먹고 굶고 옷도 못입고 ... 그러면서도 위대한 저작을 남겨 놓으셧지요.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는 이걸 말씀드리잔건 아니고 ...

제가 볼 땐, 벼슬길이 막힌 금원대 청나라 시기 유학자들이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유학을 배웠기 때문' 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대 원시 유학의 초합리적인 서술 방식이 우리 한의학 원전 내경 등의 서술 방식과 매우 비슷한 것 이거든요.


평소 과문해서 중국고전 같은 건 별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존경하는 블로거 소하님이 올려 주신 <예기> 구절 http://tinis74.egloos.com/2465891 들을 조금 보다 보니 이거 서술하는 방식이 정말 '우리 <내경>과 판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사서오경과 내경은 첫 번 째로 , 귀신을 비롯 일체의 신비주의를 배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입니다.
둘째로,  매우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현실적이다 보니 오히려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말이죠.
셋째로, 고전 특유의 딱딱 부러지는 느낌의 합리적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여기에 도교적인 색채가 약간 가미된 느낌이랄까요.
일단 제가 아는 바 중에서는, 내경 보다 사서오경에 유사한 느낌을 주는 서적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불교쪽 경전은 뭔가 느낌이 많이 틀리죠. ^^;
( 혹시 내경 보다 더 사서오경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 유학이 아닌 다른 분야 서적 아시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추측하건데, 밥먹고 사서오경만 배우고 그쪽으로 사고 방식이 확립된 유학자들이 이민족 때문에 출세길이 막히자 자연스럽게 비슷한 의식 레벨을 가지고 만들어진 <내경>과 <상한론>을 바탕으로 하는 의학 연구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덕분에 유학의 세계가 말하고 있는 고대인들의 사고관에 익숙한 그분들의 지혜와 깨닮음을 바탕으로 위의 두 시기에 의학이 크게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금원사대가의 의학, 청나라 온병학파의 의학은 '가장 유학적인 의학' 그 자체입니다. 오히려 원전인 내경 상한론 쪽이 덜 유학적일 정도 입니다. 

그리고 동의보감은 금원사대가 의학 사상이 90% 이상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못 해낸 금원사대가 의학의 핵심에 대한 집성을 해낸 쾌거 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일부 한의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귀신을 보는 법을 가르친다" 던지 "한방 무당이다" 고 던지 하는 비난이,  
얼마나 한의학의 본질을 모르고 (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일부러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려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가당치 않은 비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때 대한의사협회 의 논평.
동의보감의 0.1%를 들어서 99.9%를 , 전체를 호도하고 있죠. 
 


 
도교 믿는 기관인 소격서 때려 부실려고 한양 거리를 웃통 벗고 활주 했던 유생들, 유학자들 한테, 
"너네들 귀신을 믿는다"며 혹은 "너네들 무당이다." 라는 식으로 비판하면,


.... 뭔가 상당히 어이 없어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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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갑그젊 2009/10/29 23:06 # 답글

    유학의 서술 방식과 한의학의 서술방식이 어떤 건지...알려주세요ㅡㅜ
  • 에로거북이 2009/10/29 23:12 #

    " 귀신을 비롯 일체의 신비주의를 배격한 현실적 주제에 대한 고전 특유의 딱딱 부러지는 느낌의 초합리적 서술." 아 공부도 부족한 제가 말로 적으려니 참 힘드네요.

    http://tinis74.egloos.com/2465891 여기 소하님 포스팅 한번 읽어보세요. 한의학적인 것은 제가 정리해 볼께요.

  • 에로거북이 2009/10/29 23:23 #

    내경 구절 한번 적어 보죠.

    黃帝問曰
    황제가 물어 가로되
    余聞上古之人
    내가 듣기로 상고시절 사람들은
    春秋皆度百歲而動作不衰
    나이가 100살에 이르기까지 동작이 젊은 사람 같다고 하거늘
    今時之人 年半百而動作皆衰者
    요즘사람들은 50살만 되면 동작이 다 쇠퇴해 버리니
    時世異耶 人將失之耶
    세상이 달라진 것인가 사람들이 달라진 것인가
    歧伯對曰
    기백이 대답하여 가로되
    上古之人 其知道者
    상고시대 사람들은 그 도를 아는 사람들이라
    法於陰陽 和於術數
    음양을 법으로 삼고 수를 헤아려 조화롭게 하며
    (전에 포스팅에서 제가 '술수: 수를 센다'는 뜻이 오행이라고 말씀드린 적 있죠.
    곧 , 법어음양 화어술수 는 음양 오행에 맞춰 산다는 뜻입니다. )
    食飮有節 起居有常 不妄作勞
    음식이 절도에 맞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절도에 맞고 섹스 과음 등 망령된 행동을 적게 하며
    故 能形與神俱而盡終其天年 度百歲乃去
    그러므로 능히 몸과 마음이 온전히 그 천수를 다하여 백살 까지 사는 것입니다.
    今時之人 不然也.
    요즘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 갑그젊 2009/10/29 23:26 #

    음... 근데...소하님 블로그에 들어가봤는데... 제가 한자를 제 이름만 겨우 쓸 정도밖에 모르는 지라...(...)

    내경 구절 써주신 걸 보고 나니깐, 뭔가 감은 잡히는 것 같아요. 표현하긴 어려운데 뭐랄까.. 이 유학과 한의학이 서로 뜻하는 바가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 갑그젊 2009/10/29 23:29 # 답글

    유학과 한의학이 모두 뭐랄까.. 이 음양의 조화와 또 뭐랄까... 정도를 맞추는...뭐 그런 느낌이랄까요..ㅎㅎ;;

    두 학문이 서로 뜻하는 바가 비슷하기에 유학의 나라인 조선에서 한의학이 발전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능...ㅎㅎ
  • 에로거북이 2009/10/29 23:35 #

    유학의 나라인 조선에서 덕분에 한의학이 발달할 수 있었다..라 ㅎㅎ;

    선조님들이 들으면 좋아하시겠군요. ^^
  • 갑그젊 2009/10/29 23:37 #

    개,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능;;ㅎㅎ

  • 소하 2009/10/30 00:41 # 답글

    4대 기서도 원나라 시기에 나온 것이죠. 주자의 도학을 버리고 지식인들의 '실사구시'가 더 빨리 실행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 에로거북이 2009/10/30 23:40 #

    흠..

    주자의 도학 쪽은 사실 제 공부가 깊지 못해 그 세계가 어떠한지 감히 이야기 할 능력은 없습니다만,

    한의학의 발전사를 살펴 보면 확실히 주자 쪽이랑 멀어졌던 시기에 한의학이 발달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

  • 2009/11/09 19:1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에로거북이 2009/11/10 18:36 #

    졸필을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전문적인 이야기는 여건상 적기 힘들었습니다. 다음에 더 자세하게 써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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